Page 37 - 선림고경총서 - 16 - 운문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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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록 中 37


            조사를 삼켜 버렸다.”
               대꾸가 없자 대신 말씀하셨다.
               “쓸데없이 헛수고하지 마십시오.”

               다시 말씀하셨다.
               “재앙은 저 혼자 오는 법이 없구나.”

               74.
               스님께서 누더기를 입으면서 말씀하셨다.
               “옛사람은 ‘옷을 걸치면 천지를 덮는다’하셨다.”
               이어서 누더기를 들고 먼지를 털면서 말씀하셨다.

               “북두(北斗)가 온통 깜깜해진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그리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스님께서 너무 성급히 벗어나셨음을 알겠습니다.”

               다시 말씀하셨다.
               “그런 말 하지 말아라.”

               75.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불법에도 변해 감[變易]이 있느냐?”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발우․가죽신․주장자․침통(針筒)입니다.”

               76.
               하루는 말씀하시기를,“불법은 내 그대에게 묻는 것을 접어 두
            겠거니와 세제법(世諦法)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있느냐?”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있다고 말하면 스님께 허물을 시인하는 셈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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