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선림고경총서 - 16 - 운문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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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가지고 내 머리를 베어라.나는 할말 다 했다.”
이어서 누더기를 집어들고 털면서 “어떠냐?”하더니 대신 말씀
하셨다.
“저는 스님을 저버리지 못하겠습니다.”
87.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입은 밥 먹는 일만 할 뿐이다.말해
보라.옛사람이 백추를 잡고 불자를 세우며 눈썹을 날리고 입을
씰룩했던 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겠느냐?”하고는 대신 말씀하셨
다.
“위산(潙山)의 삿갓이 강서와 다릅니다”*하더니 다시 “용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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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가 되었구나”하셨다.
88.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불법에서는 보리․열반․진여․해탈
이 모두 군더더기 말이다.말해 보라.세제(世諦)에서는 무엇을 군
더더기 말이라 하는지”하셨다.
그리고는 대신 말씀하시기를,“시끄러운 시장 속에서 하나요
둘이요 하는 소리입니다”하더니 다시 “보리․열반이다”하셨다.
89.
언젠가는 말씀하셨다.
“옛사람은 ‘눈에 보이는 족족 다 도이다’하였는데,물 항아리
를 집어든다면 어떤 것이 도이겠느냐?”
대꾸가 없자 스님께서는 “아이고,아이고”하시더니 앞의 말에
*위산 영우(潙山靈祐)스님이 백장(百丈)스님을 떠나 남쪽 위산으로 간 일을 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