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선림고경총서 - 16 - 운문록(하)
P. 50

50


               131.
               하루는 말씀하시기를,“어떤 것이 다시 묻지 않음이냐?”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가을바람 지나더니 봄바람이 오는군요.”
               132.
               점심때 북소리가 들리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석가노인이 소리치며 부른다.”
               그때 어떤 스님이 물었다.
               “석가노인이 무엇을 소리쳐 부르는지 모르겠습니다.”

               “ 네가 그 꼴이니 어느 세월에 꿈엔들 보겠느냐?”
               그리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오늘 공양이 꽤 늦었습니다.”

               133.
               언젠가는 말씀하셨다.
               “나는 올해 일흔여덟 늙은이라서 하는 일이 어렵구나.”

               한참 잠자코 있다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말해 보라.저 물병[淨甁]은 몇 살이나 되겠느냐?”
               대꾸가 없자 대신 말씀하셨다.
               “갑자년인 줄 압니다.”

               134.
               하루는 말씀하시기를,“영리한 사람은 얻기 어렵다.어떤 이가

            영리한 사람이더냐?”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어려울 것 없습니다.”
   45   46   47   48   49   50   51   52   53   54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