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선림고경총서 - 16 - 운문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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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록 中 55


               155.
               스님께서 한번은 말씀하시기를,“자기 일을 밝혀야만 비로소
            남의 공양을 쓸 수 있다.어떤 것이 그대가 밝힐 일이냐?”하더니

            다시 말씀하셨다.
               “한 모서리를 들어주었을 때 나머지 세 모서리를 알아낸다 해
            도 만리나 떨어진 변방이다.”
               그리고는 대신 말씀하시기를,“모든 것을 다 스님 뜻에 맡기겠

            습니다”하더니 앞의 말을 대신하여 말씀하셨다.
               “배부릅니다[飽].”

               156.
               스님께서 한번은 주장자를 잡아 세우더니 한 스님에게 묻기를,
            “이것에 대해 너는 한마디 하지 못했다.무엇이 납승의 본모습[孔
            窺:본래면목]이냐?”했는데 대꾸가 없자 다시 말씀하셨다.

               “네가 말하지 못하겠다면 콧구멍 안에서 한마디 해보라.”
               그리고는 대신 말씀하시기를,“신라의 화철(火鐵),단주(鄲州)의
            침(針)입니다”하고는 다시 말씀하셨다.

               “위로 짝하기엔 부족하구나.”
               157.
               한 스님이 찾아와서 참례하니 그때 스님이 가사를 집어들고는

            말씀하시기를,“그대가 말을 할 수 있다면 내 가사 올가미에 떨어
            질 것이며,말하지 못한다 해도 역시 귀신의 굴속에 빠져 있으리
            라.어떻게 하겠느냐?”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저는 까딱할 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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