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선림고경총서 - 16 - 운문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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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록 中 53


               “물소리를 듣습니다[聽水].”*
                                       7)
               145.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사람을 만나면 콧구멍이 하늘을 찌른
            다”하더니 문득 법좌에서 내려와 대신 말씀하셨다.
               “좋고 나쁜 줄을 압니다.”

               146.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시끄러운 시장 속에서 한마디 해보라”
            하더니 별안간 소리를 내지르고 대신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등불을 켜지 말아라.”
               147.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대중을 위해 힘을 다하나 재앙이 사

            사로운 문[私門]에서 터진다”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뭇 재앙이 싹 사라졌습니다.”

               148.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관조해 다하는 한마디를 무어라고 말
            하겠느냐?”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저는 두꺼비 입을 열고 싶지 않습니다.”

               149.
               스님께서 호떡 만드는 채[寮]에서 차를 들면서 말씀하시기를,

            “너에게 잘못했다 말하지는 않겠다”하였는데 대꾸가 없자 다시
            말씀하셨다.
               “무엇보다도 반드시 불을 조심해야 한다.”



            *사려 깊고 신중함.여우는 의심이 많아서 물을 건널 때 얼음 갈라지는 소리,
              물소리를 주의 깊게 듣고 건너는데 거기서 유래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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