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6 - 선림고경총서 - 16 - 운문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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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꾸가 없자 대신 말씀하셨다.
“짚신이 아깝습니다.”
다시 말씀하셨다.
“짚신 떨어진 것이 헛되지 않군.”
16.
스님이 공양주를 보더니 물었다.
“그대가 공양주인가?”
“ 그렇습니다.”
“ 낟알 속에는 쌀이 몇 개나 있고,쌀 속에는 낟알이 몇 개나
되느냐?”
대꾸가 없자 대신 말씀하셨다.
“저는 별을 우러러보고 달을 바라봅니다.”
다시 말씀하셨다.
“복리문(福利門)가운데서는 부득불해야 한다.”
17.
스님께서 공양[齋]하면서 한 스님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디 사람이냐?”
“ 회남(淮南)사람입니다.”
다시 한 스님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디 사람이냐?”
“ 서울[京兆]사람입니다.”
스님께서는 지진 떡을 들고 말씀하셨다.
“나는 너희 회남 사람에게로 갈 수도 없고,너희 서울 사람에
게도 갈 수가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