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 - 선림고경총서 - 16 - 운문록(하)
P. 95
운문록 下 95
빨리 벗어버리느니만 못하겠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선 벗어버리고 어디로 가시렵니까?”
“ 에,에[嗄].”
그 스님이 거듭 물으려고 하는데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관뚜껑에 못질이 끝났다.”
대신 “뻔합니다”하더니 앞에 했던 말에 대신하여 말씀하셨다.
“오늘은 쌀을 날라서 피곤하다.”
다시 말씀하셨다.
“그래도 가깝습니다[尙近].”
14.
스님께서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등불을 보느냐?”
“ 다시 볼 것 없습니다.”
“ 원숭이를 기둥[露柱]에 묶어 두었군.”
대꾸가 없자 대신 말씀하셨다.
“스님의 불법에 대한 깊은 마음을 잘 알겠습니다.”
앞의 말에 대신하여 말씀하셨다.
“좋은 일도 아예 없느니만은 못하지요.”
15.
한 스님에게 물었다.
“요즈음 어디서 떠나 왔느냐?”
“ 사도(査渡)에서 왔습니다.”
“ 짚신이 얼마나 떨어졌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