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3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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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록 103
임제스님이 앞의 대화를 말하였더니 전좌가 말하였다.
“원주(院主)는 스님의 의도를 몰랐군요.”
“ 그대는 어찌하겠는가?”
전좌가 절을 하자 임제스님은 역시 후려쳤다.
스님께서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할을 해도 후려치고 절을 해도 후려쳤다.여기에 가까이함과
멀리함이 있겠느냐?가까이함과 멀리함이 없었다면 임제스님은 옳
지 않으니 맹목적으로 묶어 놓고 방망이질을 한 것이다.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겠다.원주가 할을 할 때 놓아주어선 안 되며,전좌
가 절을 할 때 놓아주어서도 안 된다.”
다시 말씀하셨다.
“임제스님은 법령을 행하였고,나는 놓아주었다.30년 뒤에 설
명해 줄 사람이 있으리라.”
선상을 치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1.
한 스님이 남원(南院)스님에게 물었다.
“해와 달은 번갈아 옮겨가고 추위와 더위는 차례차례 뒤바뀝니
다.추위와 더위를 겪지 않는 수도 있습니까?”
“ 자주빛 비단으로 이마를 문지르고 속곳 허리에 수를 놓는다.”
“ 가장 뛰어난 근기라면 여기서 이미 깨달았겠지만 중하(中下)의
부류는 어떻게 알아야 합니까?”
“ 잿더미 속에 몸을 숨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