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8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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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양기록․황룡록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2.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오늘은 5월 1일,중하(仲夏:음력 5월)로 들어서는 아침이다.
            여러 지사(知事:절의 관리를 맡은 여러 소임)와 수좌(首座)와 대중은

            도체(道體)가 안락하여 하룻밤을 긴 선상 위에서 다리를 폈다 오므
            렸다 하여 남을 개의치 않았다.날이 밝아 일어나서는 호떡과 대

            궁밥과 떡을 야금야금 씹으면서 배부르면 쉰다.
               바로 이런 때라면 옛도 아니고 지금도 아니며 선도 생각하지
            않고 악도 생각하지 않으니 귀신도 그의 자취를 찾지 못하고 만법

            이 그의 짝이 되질 못하며 땅이 싣지 못하고 하늘도 덮지 못한다.
            그렇긴 하나 눈 속에는 눈동자가 있어야 하며,살 속에는 피가 흘
            러야 한다.눈에 눈동자가 없다면 눈먼 사람과 무엇이 다르며,살

            속에 피가 흐르지 않는다면 죽은 사람과 무엇이 다르랴.30년 뒤
            에 나를 잘못 나무라지 말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3.
               상당하여 대중이 모이자마자 악!하고 할을 한 번 하고는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아무 일도 없는데 할은 해서 무엇 하겠느냐?”

               또 할을 한 번 하더니 말씀하셨다.
               “한 번 할하고 두 번 할한 뒤엔 어떠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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