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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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록 99
하사받았으니 이루 다 말할 수 있겠느냐.
이미 영광스럽게 왕림해 주신 덕을 보았으니 우선 귀한 보살핌
을 여유있게 받으라.그러므로 우리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설
법하는 사람은 설명함도 없고 보여줌도 없으며,법을 듣는 사람도
들음도 없고 얻음도 없다’고 하셨던 것이다.
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중니(仲尼:孔子)가 온백설자(溫伯雪子)를 오랫동안 보고 싶어
하던 중,하루는 수레를 타고 가다 길에서 만났는데 피차 말없이
각자 되돌아갔다.
그 뒤에 제자가 묻기를,‘선생님께서는 오랫동안 온백설자를 보
고 싶어하셨습니다.그런데도 만나서는 한마디도 나누지 않으셨으
니 무슨 뜻인지요?’하자 중니는 이렇게 대답하였다고 한다.
‘군자의 만남은 눈빛이 마주치는 데에 도가 있다.’
말해 보라.옛사람의 만남이 눈빛 마주치는 데에 도가 있다 하
였는데 산승은 오늘 북을 울리고 법당에 올라 유난스레 말이 많았
으니 한바탕 손해를 보았노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5.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호랑이 수염을 순조롭게 뽑으려거든 응당 자기부터 살펴야 하
며,뱀 꼬리를 거꾸로 잡으려거든 뱀이 하는 대로 맡겨 두어라.오
랑캐가 오면 오랑캐가 나타나고 중국사람이 오면 중국사람이 나타
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니 밝은 거울을 높은 경대에 걸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