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P. 112
112 양기록․황룡록
10.
설날 아침에 상당하자 한 스님이 여쭈었다.
“묵은 해는 이미 갔고 새해가 찾아왔습니다.이 두 길을 지나
지 않는 길을 스님께서는 지적해 보여주십시오.”
“ 동방(東方)은 갑을목(甲乙木)이다.”
“ 인간과 천상이 귀를 쯩긋하고 오로지 흘러 통하는[流通]소리
를 들을 뿐입니다.”
“ 흘러 통하는 일은 어떠한데?”
“ 흐르는 물을 만나지 못한다면 어찌 다른 산으로 지날 수 있겠
습니까?”
“ 30년 뒤에 잘 헤아려 보라.”
그리고는 스님께서 이 이야기를 하셨다.
한 스님이 경청(鏡淸)스님에게 물었다.
“신년 벽두에도 불법이 있습니까?”
“ 있지.”
“ 어떤 것이 신년 벽두의 불법인지요?”
“ 초하룻날 아침에 복을 여니 만물 모두가 새롭다.”
“ 스님의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 노승이 오늘은 손해를 보았구나.”
다시 그 스님이 명교(明敎)스님에게 물었다.
“신년에도 불법이 있습니까?”
“ 없다.”
“ 해마다 좋은 해이고 나날이 좋은 날인데 무엇 때문에 없다 하
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