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9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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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록 109


               불자로 공중에 한 획을 긋더니 말씀하셨다.
               “백장(百丈)스님이 ‘귀가 먹었던 일’이나 삼성(三聖)스님의 ‘눈

            먼 나귀’는 사람을 근심하게 하는구나.”
               선상을 치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화장세계(華藏世界)에 끝도 없이 계속 유람하고 다니다가 연등

            불(然燈佛)의 처소에 이르러선 한 법도 없다.그러므로 무(無)속에
            도 유(有)이며 덕산스님의 몽둥이는 별똥이 튀듯 하니 유 속의 무
            이다.임제스님의 할은 우레가 진동하듯 하며 귀 먹은 듯 벙어리

            인 듯하다.천지를 꽉 채우고 아픔과 가려움을 아는 이 몇이나 있
            을까.”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5.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도는 닦음[修]을 빌리지 않으니 더럽히지만 않으면 될 뿐이며
            선(禪)은 배움을 빌리지 않으니 마음 쉼[息心]을 중히 여긴다.마음
            이 쉬었기 때문에 마음마다 생각이 없고 닦지 않기 때문에 걸음마

            다 도량이다.생각이 없으면 벗어날 3계도 없고 닦지 않으면 구해
            야 할 보리도 없다.벗어날 것도 구할 것도 없다는 것은 오히려

            교종[敎乘]에서 하는 말이니,납승이라면 어떻게 해야겠느냐?”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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