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0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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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양기록․황룡록
“머리 없는 보살은 부질없이 합장하고 다리 없는 금강역사는
아무렇게나 주먹을 폈다 쥐는구나[菩薩無頭空合掌 金剛無脚謾張
拳].”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6.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나는 어떤 때는 큰 길로 가고 어떤 때에는 잡초 속으로 달린
다.그대들 납자여!날카로운 송곳 끝을 보지 말지니,뚫어야 할
귀퉁이를 잃어버린다.듣지도 못했더냐.옛날에 말하기를,‘열어
놓고 막지를 못하면 도적을 불러다가 집을 파산시키며,끊어야 하
는데 끊지 않으면 도리어 그 난리를 만난다’라고 했던 말을.”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7.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바다에 들어가 모래를 헤아림은 부질없이 힘만 허비하는 일이
고 벽돌을 갈아 거울을 만듦은 쓸데없는 헛공부이다.보지도 못하
였느냐.높고 높은 산 위의 구름은 스스로 걷히고 스스로 퍼지는
데 무슨 가깝고 멀고가 있으며,깊고 깊은 산골 물은 굽은 길 곧
은 길 만나는 대로 흘러가면서 여기저기 가리지 않음을.
중생이 매일 작용함은 구름 같고 물 같으니 구름과 물도 그러
한데 사람만 그렇지 않구나.그러함을 체득했다면 3계 윤회가 어
느 곳에서 일어나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