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4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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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양기록․황룡록


            편지를 멀리 보내와 내 마음을 자상하게 위로해 주시니 실로 부끄
            러운 마음으로 받는다.더구나 스님께서는 바다 같은 학문에 훤히

            밝고 고금에 박식하게 통달한 사람이 아닌가.하늘의 일월을 높이
            떠받들고 사람을 가르치는 데 게으름이 없었다 할 만하다.나는
            또 무슨 지푸라기 같은 사람이기에 이 같은 은덕을 입는가.”

               불자로 선상을 치고는 내려오셨다.


               12.

               성절(聖節)에 상당하더니 말씀하셨다.
               “오늘은 영광스럽게도 우리 황제가 탄생하신 날이니 온 누리가
            모두 축하하고 온 나라에서 공경히 받듭니다.요임금 같은 천명(天

            命)과 순임금 같은 덕은 일월과 똑같이 밝고,금과 옥 같은 자손은
            산같이 바다같이 영원히 견고하소서.
               만국을 가엾게 여기는 은혜를 베푸시고 다른 나라까지도 은택

            을 내리소서.감옥에는 오래 갇혀 있는 죄수가 없게 하고 전쟁하
            는 말은 소와 양과 함께 골짜기에 놀게 하소서.문덕(文德)을 닦으

            시고 무덕(武德)을 쉬어 전쟁을 그만두게 하시니 만민은 우물을 파
            서 물 마시고 백성은 스스로 농사 지어 밥을 먹으며 집안과 나라
            는 편안하고 제대로 되지 않는 일이 없게 하소서.”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3.

               눈이 내리자 상당하더니 말씀하셨다.
               “눈은 송이송이 다르지 않고 어지럽게 흩날리며 시절에 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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