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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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양기록․황룡록


            뒤 석두(石頭)와 마조(馬祖)스님에 이르러선 망아지 한 마리가 천
            하 사람들을 밟아 죽인 격이고,임제와 덕산의 몽둥이와 할은 우

            레와 번개처럼 빨랐다.뒤의 법손은 변변치 못하여 그 법령을 내
            세우긴 했으나 시행하진 못하고 화려한 언구만 드러냈을 뿐이다.
               내가 세간에 태어난 시대는 말세운에 해당하여 다 망가져 가는

            법고(法鼓)를 치고 떨어져 버린 현묘한 강령을 정돈하였다.여러분
            은 여러 해를 허리에 매어둔 채 보내지 말라.4대해(四大海)의 물

            이 여러분의 머리 위에 있음을 알아야만 하리라.”
               불자로 선상을 치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3.

               한 스님이 건봉(乾峰)스님에게 물었다.
               “시방 제불의 한 길 열반문이라 하였는데 그리로 가는 길목이
            어느 곳에 있습니까?”

               건봉스님은 주장자로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여기에 있다.”

               그 스님이 운문스님에게 자세한 설명을 청하였더니 운문스님은
            부채를 잡아 일으키면서 말하였다.
               “부채가 껑충 뛰어 33천에 올라 제석(帝釋)의 콧구멍에 부딪치

            고 동해의 잉어가 한 방망이를 치니 비가 동이물을 붓듯 쏟아지는
            구나.알겠느냐,알겠어?”



               스님께서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건봉스님이 한 번 지적한 일은 초학자[初機]를 위한 자상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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