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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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양기록․황룡록


               행사(行思)스님이 석두(石頭)스님더러 편지를 가지고 달려가 남
            악 회양(南嶽懷讓)스님에게 올리라 하고는,“즉시 돌아오면 그대에

            게 무딘 도끼를 주어 산에 주지살이하게 하리라”라고 말하였다.
            석두스님이 회양스님의 처소에 이르러 편지를 전달하지도 않고 불
            쑥 물었다.

               “모든 성인도 구하지 않고 자기의 신령함도 대단히 여기지 않
            을 경우라면 어떻습니까?”

               “ 그대의 질문은 지나치게 고상하다.왜 향하(向下:俗諦를 써서
            중생을 제접하는 쪽의 일)에서 묻질 않는가?”
               “ 영겁토록 생사윤회를 받을지언정 모든 성인으로부터 해탈을

            구하진 않겠습니다.”
               회양스님은 대꾸하지 않았다.석두스님이 곧 되돌아오니 행사

            스님이 물었다.
               “그대가 떠난 지 오래지 않은데 편지는 전달하였느냐?”
               “ 말도 통하지 못했고 편지도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행사스님이 이유를 묻자 석두스님은 앞서의 대화를 말씀드리고
            다시 말하였다.
               “지난날 스님께서 무딘 도끼를 줄 테니 산에 주지하라 하신 허

            락을 하셨으니 바로 지금 청하옵니다.”
               행사스님이 한 발을 늘어뜨리자 석두스님은 바로 절하고 남악

            으로 들어가 산에 주지하였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석두스님이 편지를 가지고 달려갔던 일은 예나 지금이나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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