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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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록 91


            들었으나 뒷사람들은 그 근본 뜻[宗由]을 잘 알지 못하여 법을 편
            사람이 드물었다.그리하여 물과 우유를 분별하지 못하고 옥과 돌

            을 분간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내가 오늘 반으로 갈라 보
            여 대중들에게 보시하리라.
               석두스님은 이처럼 잘 달려가 전달하여 종풍을 욕되게 하진 않

            았으나 너무 허둥대다가 낭패보는 줄을 몰랐는데야 어찌하랴.이
            미 손해를 보았다면 돌아와서는 무엇 때문에 도리어 무딘 도끼를

            얻어 산에 주지했겠느냐.여기에서 깨칠 수 있다면 산에 주지할
            뿐만 아니라 시방세계 티끌티끌마다 호랑이 굴이나 마군의 궁전까
            지도 모두가 안주할 곳이다.그러나 만일 깨치지 못한다면 감히

            장담하노니 여러분은 안심입명할 곳이 없으리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9.

               운문(雲門)스님은 이렇게 말하였다.
               “평탄한 길에서 죽은 사람이 셀 수도 없으니 가시덤불로 가는

            것이 상책이리라.”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불자를 잡아 일으키더니 말

            씀하셨다.
               “대중아!이를 불자라고 부른다면 바로 평지에서 죽은 사람이

            며 불자라 부르지 않는다 해도 가시덤불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선상을 치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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