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8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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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조주록 하
스님께서 또 수유(茱萸)에 이르자 수유스님이 말하였다.
“연만하신 분이 어찌 머무를 곳도 못 찾으십니까?”
“ 어느 곳에 머무르면 되겠소.”
“ 연만하신 분이 머무를 곳도 모르는군.”
“ 30년을 말 타던 주제에 오늘은 도리어 나귀한테 차이다니.”
스님께서 또 수유스님의 방장실에 가서 위아래로 훑어보자 수유
스님이 말하였다.
“평지에서 헛디뎌 넘어지면 어찌합니까?”
“ 그저 마음이 거친 탓이오.”
스님께서 하루는 주장자를 들고 수유산의 법당에 올라 동서로
왔다갔다하자 수유스님이 말하였다.
“무얼 하십니까?”
“ 물을 찾습니다.”
“ 나의 이곳에는 물이란 한 방울도 없는데,무얼 찾는단 말이오?”
스님께서는 주장자를 벽에다 세워 놓고 바로 내려와 버렸다.
오대산 가는 길에 한 노파가 있었는데,언제나 스님을 떠보려
하였다.
한 스님이 물었다.
“오대산 가는 길이 어느 쪽입니까?”
“ 똑바로 가십시오.”
그 스님이 가자마자 노파가 말하였다.
“또 저렇게 가는군.”
스님께서 이를 듣고 바로 가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