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2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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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조주록 하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스님들에게 물었다.
               “너희는 어느 ‘서(西)’자를 써야 할지 말해 보아라.”
               그러자 한 스님은 “동서의 서(西)자입니다”하였고 다른 한 스님
            은 “의지하여 쉰다는 서(栖)자입니다”하니,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두 사람은 모두 소금과 쇠를 감정하는 관리는 되겠다.”


               스님께서 시랑(侍郞)과 함께 정원을 거니는데 토끼가 달아나는
            것을 본 시랑이 물었다.

               “스님께서는 대선지식이신데,토끼가 보고는 무엇 때문에 달아
            납니까?”
               “ 제가 살생을 좋아한 탓이지요.”



               스님께서 언젠가는 한 스님이 마당을 쓸고 있는 것을 보고 물었
            다.
               “그렇게 쓸어낸다고 깨끗해지느냐?”
               “ 쓸면 쓸수록 많아집니다.”

               “ 어찌 먼지를 털어 버린 자가 없겠느냐?”
               “ 먼지를 털어 버린 자가 누구입니까?”
               “ 알겠느냐?”
               “ 모르겠습니다.”

               “ 운거스님에게 가서 물어봐라.”
               그 스님이 운거스님에게 가서 물었다.
               “누가 먼지를 털어 버린 자입니까?”
               운거스님은 “이 눈먼 놈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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