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3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P. 163
1.상 당(나머지 말) 163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었다.
“여기에 있은 지 얼마나 되느냐?”
“ 칠팔 년 됩니다.”
“ 노승을 보았느냐?”
“ 보았습니다.”
“ 내가 한 마리 나귀가 된다면 어떻게 보겠느냐?”
“ 법계에 들어가서 보겠습니다.”
“ 나는 이 중이 이 한 가지는 갖춘 줄 알았더니 숱하게 공밥만
퍼 먹였구나.”
“ 스님께서 일러주십시오.”
“ 어찌 ‘꼴[草料]속에서 봅니다’라고 말하지 못하느냐.”
스님께서 채두(菜頭:나물반찬을 맡은 소임)에게 물었다.
“오늘은 생채를 먹느냐,익힌 것을 먹느냐?”
채두가 채소 한 줄기를 들어올리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은혜를 아는 자는 적고 은혜를 저버리는 자는 많다.”
어느 속인 행자가 절에 와서 향을 사르는데 스님께서 한 스님에
게 물었다.
“그는 저기서 향을 사르며 예불하고,나는 또 너와 여기서 이야
기한다.바로 이런 때 남[生]이 어느 쪽에 있느냐?”
그 스님이 말하였다.
“스님은 어느 쪽입니까?”
“ 그렇다면 저쪽에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