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5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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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상 당(나머지 말) 165
스님께서 한번은 처마 앞에 서서 제비가 지저귀는 것을 보고 말
씀하셨다.
“이 제비의 재잘거림이 사람을 부르는 말 같구나.”
한 스님이 말하였다.
“그 말이 달콤하십니까?”
“ 아름다운 곡조인 듯 들리는가 하더니,다시 바람에 실려 다른
곡조에 섞이는구나!”
한 스님이 하직인사를 하러 가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디로 가겠느냐?”
“ 민(閩)땅으로 가겠습니다.”
“ 민 땅에는 큰 전쟁이 있으니 피해야 할 것이다.”
“ 어디로 피합니까?”
“ 그럼 됐다.”
한 스님이 올라가 법을 물으려는데 스님께서 머리에다 납의를
뒤집어쓰고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그냥 물러나니 스님께서 말씀
하셨다.
“그대는 내가 대답치 않았다고 말해서는 안 되네.”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느냐?”
“ 남방에서 왔습니다.”
“ 누구하고 짝을 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