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4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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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조주록 하
“그렇다면 이미 먼저입니다.”
스님께서는 웃었다.
스님께서 문원사미와 입씨름을 하였는데,이기면 안 되고 이긴
쪽이 호떡을 내기로 하였다.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한 마리 나귀다.”
“ 저는 나귀 새끼입니다.”
“ 나는 나귀 똥이다.”
“ 저는 똥 속의 벌레입니다.”
“ 너는 그 속에서 무얼 하느냐?”
“ 저는 그 속에서 여름을 지냅니다.”
스님께서는 “호떡을 가져오너라!”하셨다.
스님께서 진부(鎭府)의 내전(內殿)에 들어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깃대에 깃발 한 조각이 없어진 것을 보고 한 스님이 물었다.
“깃발 한 조각은 하늘로 날아갔습니까,땅으로 들어갔습니까?”
“ 하늘로 올라가지도 않고 땅으로 들어가지도 않았다.”
“ 그럼 어디로 갔습니까?”
“ 떨어졌다.”
스님께서 앉아 계시는데 한 스님이 나와서 절을 하자마자 스님
께서는 “몸조심하거라”하였다.그 스님이 무엇인가를 물어보려 하
는데 스님께서는 “또 그러는군”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