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8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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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조주록 하


            께서 말씀하셨다.
               “변소에서는 너에게 불법을 말할 수 없다.”


               한번은 불전(佛殿)을 지나다가 시자를 부르니 시자가 “예!”하자

            스님께서 “훌륭한 불전의 공덕이다”하셨는데 시자는 대답이 없었
            다.


               스님께서 임제에 이르러 막 발을 씻는데 임제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 마침 발을 씻고 있었소.”
               임제스님이 가까이 와서 귀를 기울여 듣는 시늉을 하자 스님께
            서 말씀하셨다.

               “알았으면 아는 것이요,몰랐거든 다시 입을 놀리지 않는 것이
            어떻겠소?”
               임제스님이 소매를 떨치고 가 버리자 스님께서는 “30년 동안 행
            각하다가 오늘은 남을 위해 잘못 주석(註釋)을 내렸구나”하셨다.



               스님께서 천태산(天台山)국청사(國淸寺)에 갔을 때 한산(寒山)과
            습득(拾得)을 보자 말씀하셨다.
               “오래도록 한산과 습득의 소문을 들었는데 와서 보니 다만 두

            마리 물소밖에는 안 보이는구나.”
               한산과 습득이 소가 싸우는 시늉을 하니 스님께서 “저런,저런!”
            하셨다.
               한산과 습득은 이를 악물고 서로 바라보았다.스님께서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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