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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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상 당 51
한 스님이 물었다.
“듣자오니 스님께서는 ‘도는 수행하는 데 속하지 않으니 물들지
만 말라’고 하셨다는데,무엇이 물들지 않는 것입니까?”
“ 안팎으로 점검해 보아라.”
“ 스님께서도 점검하십니까?”
“ 점검한다.”
“ 스스로에게 무슨 허물이 있어서 스스로 점검하십니까?”
“ 그대에게는 무슨 일이 있느냐?”
8.다가오는 대로 비춰 주는 구슬같이
스님께서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이 일은 마치 손바닥에 있는 밝은 구슬과 같아서,변방사람이
오면 변방사람이 나타나고 중국사람이 오면 중국사람이 나타난다.
나는 한 줄기 풀을 가지고 열여섯 자 되는 금빛 부처님 몸[丈六金
身]으로 쓰기도 하고 장육금신을 가지고 한 줄기 풀로 쓰기도 하
니,부처 그대로가 번뇌이며 번뇌 그대로가 부처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부처는 누구에게 번뇌가 됩니까?”
“ 모든 사람들에게 번뇌가 된다.”
“ 어떻게 해야 면할 수 있습니까?”
“ 면해서 무얼 하려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