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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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상 당 53
“떨어진 다음에는 어떻습니까?”
“ 아득하다.”
한 스님이 물었다.
“3계를 벗어난 사람은 어떻습니까?”
“ 가둬 놓을 수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우두(牛頭:594~657)스님이 사조(四祖)를 뵙기 전에는 온갖
새들이 꽃을 물어다 공양을 올렸는데,뵙고 난 다음에는 무엇 때문
에 새들이 꽃을 물어다 공양 올리지 않았습니까?”
“ 세간에 맞춰 주기도 하고 맞춰 주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흰구름이 자재로이 노닐 때는 어떻습니까?”
“ 봄바람이 곳곳마다 한가로이 부는 것만이야 하겠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넓은 땅 위의 흰 소[露地白牛]입니까?”
“ 달빛 아래서는 색깔이 필요 없다.”
“ 흰 소는 무엇을 먹습니까?”
“ 예나 지금이나 씹는 것이 없다.”
“ 스님께서는 말씀해 주십시오.”
“ 나는 응당 이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