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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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조주록 상
“형제여!남쪽에서 오는 사람은 짐을 내려 주고,북쪽에서 오는
사람은 짐을 더 실어 주어라.그러므로 말하기를 ‘윗사람을 가까이
하여 도를 물으면 도를 잃고,아랫사람을 가까이하여 도를 물으면
도를 얻는다’고 하는 것이다.
형제여!바른 사람이 삿된 법을 말하면 삿된 법이 따라서 바르
게 되고,삿된 사람이 바른 법을 말하면 바른 법이 따라서 삿되어
진다.제방에서는 보기는 어렵고 알기는 쉬우나,이곳에서는 보기
는 쉬워도 알기는 어렵다.”
한 스님이 물었다.
“선악에 혹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벗어날 수 있습니까?”
“ 스스로 벗어날 수 없다.”
“ 무엇 때문에 우뚝 벗어나지 못합니까?”
“ 바로 선악 가운데 있기 때문이다.”
한 비구니가 물었다.
“이제껏 해왔던 말씀말고 한마디 가르쳐 주십시오.”
스님께서 “이 불에 타 깨진 쇠물병아!”하고 호통을 치자 비구
니는 쇠물병에다 물을 담아 와서 “대답해 주십시오”하니 스님께서
는 웃으셨다.
한 스님이 물었다.
“세계가 변하여 캄캄한 굴이 된다는데,그때 이 몸은 어느 길로
떨어집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