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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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상 당 55


               11.조주의 일을 알고자 한다면


               스님께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이곳의 불법은 어렵다고 말하면 쉽고,쉽다고 말하면 어렵다.

            다른 곳에서는 보기는 어려우나 알기는 쉽지만,이곳에서는 보기는
            쉬워도 알기는 어렵다.이것을 알아낼 수만 있다면,천하를 돌아다
            녀도 된다.갑자기 어떤 사람이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을 때 조주에
            서 왔다고 한다면 조주를 비방하는 것이 되고,조주에서 오지 않았
            다고 한다면 그것은 자기를 매몰시켜 버리는 것이니,그대들은 뭐

            라고 대답하겠는가?”


               한 스님이 물었다.

               “눈에 닿기만 해도 스님을 비방함이 되는데,어떻게 해야만 비
            방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 비방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벌써 비방해 버린 것이다.”
               “ 어떻게 하는 것이 바로 수행하는 길입니까?”
               “ 수행을 알면 되겠지만,수행을 모른다면 자칫 인과에 떨어질

            것이다.”
               스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내 그대들에게 말하는 법을 일러주겠다.만약 누군가 묻거든

            다만 ‘조주에서 왔다’고만 하라.갑자기 ‘조주스님은 무슨 법문을
            하시던가’라고 묻거든,그저 ‘추우면 춥다 하고 더우면 덥다고 하더
            라’고 하여라.그래도 다시 ‘그런 일을 물은 것이 아니다’하고 묻
            는다면,다만 ‘무얼 묻는 게냐?’하여라.그래도 다시 ‘조주스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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