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6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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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설봉록
“감히 이런 말씀을 드릴 수 없었는데,스님!마지못해 스님으로
하여금 그렇게 하시도록 한 것뿐입니다.”
3.
한 스님이 물었다.
“편편한 들판 얕은 풀밭에 노루와 사슴들이 떼를 지어 있을 때
어떻게 하면 그 사슴떼의 왕을 활로 쏘아 잡을 수가 있습니까?”
스님께서 “전단(全坦)”하고 부르자 “예”하고 대답하니 스님께서
는 “차나 마셔라”하셨다.
4.
암두스님이 한 스님에게 물으셨다.
“어디서 왔는가?”
“ 서경(西京)에서 왔습니다.”
“ 황소(黃巢)*의 패거리가 지나가고 난 다음 칼이라도 주웠는가?”
8 )
“ 주웠습니다.”
그러자 암두스님은 머리를 앞으로 내밀며 그 스님 앞에 다가서서
‘윽[力□]!’하고 소리치자 그 스님이 “스님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습니
다”라고 하자 암두스님은 “하하하”하고 크게 웃었다.
그 스님이 그 후 설봉산에 오자 스님께서 물으셨다.
“어디서 왔는가?”
“ 암두스님의 회하에서 왔습니다.”
“ 암두스님께서는 어떤 말을 하시던가?”
*황소:당말 조정에 반기를 들고 관군과 싸운 도적의 우두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