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9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P. 119
설봉록 下 119
9.
스님께서 하루는 현사스님을 보고 신초(神楚)스님과 있었던 일을
들려주셨다.
“신초스님이 나에게 묻기를 ‘죽은 스님은 죽어서 어디로 갑니까?’
라고 하기에 내가 대답하기를 ‘그것은 얼음이 녹아서 물로 돌아가는
일과 같다’라고 하였다.”
현사스님이 말하였다.
“옳기는 옳으나 저는 그렇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 그대는 어떻게 말하겠느냐?”
“ 물이 물로 돌아간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10.
하루는 현사스님이 스님께 물었다.
“제가 이제는 큰 작용[大用]을 쓸 수 있는데 스님께서는 어떻습니
까?”
스님께서 이에 나무공[木毬]세 개를 한꺼번에 집어던져 굴리자
현사스님은 명패(名牌)쪼개는 시늉을 하였다.*
9)
이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몸소 영산회상에 있어야만 비로소 그렇게 할 수 있다.”
“ 이것은 자기 일이기도 합니다.”
*중국의 민속놀이로 7월 백중에 씨름대회를 여는데,전년도 우승자의 명패를
걸어놓으려면 도전하는 사람이 작은 도끼로 명패를 쪼개서 도전할 뜻을 밝히
는 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