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1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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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록 下 121
“스님은 오대산에 가 본 적이 있습니까?”
“ 있소.”
“ 그곳에서 문수보살을 만났습니까?”
“ 만났소.”
“ 어디서 만났습니까?”
“ 경산사 큰 법당 앞에서 만났소.”
그 후 그 스님이 민천(閩川:福建省)에 갔다가 스님께 이 이야기
를 하였더니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왜 그를 영중(嶺中)으로 들어
오게 하지 않았나?”하셨다.
부스님이 이 소식을 듣고 바삐 행장을 꾸려서 가지고 와서 종무
소[廨院]에서 쉬면서 그곳 스님들에게 감귤을 나눠주고 있었다.마침
장경 혜릉스님이 그곳에 있다가 물었다.
“어디서 이것을 가져왔는가?”
“ 영(嶺)밖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 먼길을 오면서 이것을 짊어지고 오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그러자 부스님이 “감귤아!감귤아!”하였다.
이튿날 부스님이 산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스님께서 대중을 모
았다.부스님이 법당 위에 이르러 스님을 쳐다보고는 그냥 내려와
일 맡은 스님을 만나러 갔다.
부스님이 다음날 다시 올라와 스님께 말하기를,“어제는 제가 스
님을 불쾌하게 해드렸습니다”라고 하자 스님은 “그런 일은 나도 알
고 있다”하면서 더 묻지 않으셨다.
어느 날 스님께서 부스님을 만나자 손가락으로 해를 가리켜 보였
더니 그는 손을 흔들면서 나가 버렸다.이에 스님께서 물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