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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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설봉록


               11.
               스님께서 도부(道溥)스님이 한쪽 팔을 걷어붙이고 대중방에서 주

            렴을 걸 못을 박고 있는 것을 보고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 다음에 주지를 맡게 되면 천 명의 대중을 거느릴 것
            이나 그 중에 납자는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에 도부스님은 잘못을 뉘우치고 스님 곁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
            가 육통원(六通院)에 주지하였다.그 후 전당(錢塘)의 왕이 명령하여
            용흥사(龍興寺)에 주지하게 되었는데,그 절에는 천여 명의 대중이

            있었지만 모두가 3학(경․율․론)을 강론하는 무리들뿐이었으니 과
            연 스님의 예언과 같았다.


               12.

               가관(可觀)스님이 처음 스님을 찾아뵈었을 때였다.
               스님께서 앞으로 가까이 오라 하여 가관스님이 가까이 다가가서
            막 절을 하려는데 스님은 발을 들어 그를 밟아 버렸다.이때 가관스
            님은 홀연히 말없는 가운데 가만히 깨쳤다.그 후 가관스님은 남악

            (南嶽)의 법륜봉(法輪峰)에 가서 대중들에게 상당법문을 하였다.
               “내가 설봉스님 회하에 있을 때 스님께 한 번 밟히고 난 뒤로 지
            금까지 눈을 뜰 수가 없다.이것이 어떤 경계인지 나는 알지 못한
            다.”



               13.
               태원 부(太原孚)스님은 절(浙)땅을 행각하다가 경산(徑山)에 올라
            갔다.하루는 큰 법당 앞에서 한 스님을 만났는데 그 스님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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