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3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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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록 下 123
14.
스님이 문도들을 거느리고 남방으로 행각을 떠났다.그때 황열반
(黃涅槃)스님이 오는 것을 미리 알고 지팡이에 몸을 기대 앞길에 마
중을 나가 스님을 맞이하였는데 소계(蘇谿)에서 서로 만나게 되었다.
이에 스님께서 열반스님에게 물으셨다.
“이제 어디서 오는 길입니까?”
“ 벽지암(辟支巖)에서 오는 길입니다.”
“ 그 암자에도 주인이 있습니까?”
열반스님이 대나무 지팡이로 스님의 가마를 두드리니 스님이 마
침내 가마에서 나와 서로 인사를 하였다.
열반스님이 “옛 낭군님!안녕하십니까?”라고 하니 스님께서 갑자
기 일어나 남자 절[丈夫拜]을 하자 열반스님은 여자 절[女人拜]로 답
하였다.이에 스님께서 “이제 보니 여자였잖아!”라고 하자 열반스님
은 다시 두 번 절하고 대나무 지팡이로 땅을 짚으며 스님의 가마를
오른편으로 세 바퀴 돌았다.
이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3계 안에 사는 사람이고 스님은 3계 밖에 사는 사람이니
스님이 앞서가는 것이 좋겠소.나는 뒤에 따라가리다.”
마침내 열반스님이 먼저 돌아가고 스님이 뒤따라와서 함께 낭산
사(囊山寺)로 가서 며칠을 쉬었다.열반스님은 스님을 모시면서 공양
하였고,따라온 납자들에게 어느 것 하나 모자람 없이 대접하였다.
15.
아호 지부(鵝湖智孚)스님이 암자에 살 때 임금의 사신이 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