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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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설봉록
찾아와 불자를 보고 물었다.
“저는 이것을 보면 불자(拂子)라고 부르는데 암주께서는 무엇이라
부르십니까?”
“ 불자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 세상에 큰스님들이 삼대[麻]같고 좁쌀같이 많이 나와 계시는데
암주는 어째서 행각을 떠나지 않습니까?”
그리하여 암주는 길을 떠나 설봉에 이르렀다.스님께서 암주가 오
는 것을 보고 물으셨다.
“스님은 어찌해서 다시 이곳에 왔소?”
“ 어느 사신이 와서 불법을 묻는데 그를 당할 수가 없기에 다시
왔습니다.”
“ 어떻게 된 일이냐?”
암주가 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한번 나에게 물어보아라.”
암주가 전의 이야기대로 물으니 스님께서는 “불자다”라고 대답하
셨다.
16.
고산 신안(鼓山神晏)국사가 처음 스님을 찾아뵈었을 때였다.신안
국사가 막 문에 들어서자 스님께서 그의 멱살을 잡고 “이것이 무엇
인가?”하니 신안국사는 얼음이 풀리듯 깨닫고는 손을 들고 흔들며
춤을 추었다.
이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무슨 도리를 지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