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2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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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설봉록


               “그대는 나를 인정하지 않느냐?”
               “ 스님은 머리를 흔드셨고 저는 꼬리를 흔들었습니다.어느 곳이
            스님을 인정하지 않은 곳입니까?”
               “ 아마도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그대를 꺼려할 것이다.”

               하루는 대중들이 만참(晩參)에 모였는데 스님께서 마당 가운데 누
            워 있었다.이때 부스님이 말하기를,“다섯 고을[州]관내에서 이 스
            님만은 그런 대로 나은 편이다”라고 하니 스님께서 일어나 가 버리
            셨다.
               하루는 현사스님이 올라와 문안을 드리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곳에 늙은 쥐가 한 마리 있는데 지금은 욕실 안에 있다.”

               그러자 현사스님은 “그 스님을 간파할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하고는 말을 마치자 욕실에 갔는데 그곳에서 물만 끼얹고 있는 부스
            님을 만났다.현사스님이 말하였다.
               “스님,우리 인사나 합시다.”

               “ 이미 인사는 끝났소.”
               “ 과거 어느 겁에 우리가 서로 만난 일이 있었소?”
               “ 노상 졸고만 있으니 무슨 일을 하겠는가?”
               현사스님이 방장으로 되돌아와 스님께 아뢰었다.
               “이미 다 간파했습니다.”
               “ 어떻게 그를 간파하였는가?”

               현사스님이 앞서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도둑놈에게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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