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0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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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설봉록


               새끼 끌고 가는 흰 사슴은 파란 이끼 핥아 보네
               모든 번뇌 다 잊어버릴 줄 미리 알았기에
               쇠지팡이로 두드려도 도대체 문 열어 주지 않는구나.
               一錫飛來駐上台 巉崖高處絶人來

               澗邊雨洗降龍鉢 岩畔風生伏虎臺
               抱子玄犭員窺綠樹 引麑白鹿舐蒼苔
               懸知諸漏都忘盡 鐵杖敲門總不開




               17.제운령(梯雲嶺)


               멀리멀리 돌계단이 개인 하늘에 걸려 있고
               산은 길게 굽이돌아 개울물을 마시는 무지개 같네
               소리 끊긴 기러기는 아련히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듯하고

               돌아가는 까마귀는 떨어지는 햇빛 옆을 지나네.


               가물거리는 저 끝에 멀리 사람 그림자 보이고
               아득한 노을 속에 소나무가 타내는 거문고소리 가깝게 들리는구나
               고요한 밤 밝은 달 뜨는 줄도 몰랐는데

               선녀의 영롱한 노리개가 향기 짙은 바람을 흔드는구나.
               迢迢石磴掛晴空 山轉橫垂飮澗虹
               斷雁恍疑天上落 歸鴉閃與日邊通
               遠看人影依微際 近聽松琴杳靄中
               靜夜不知明月上 玲瓏仙佩振香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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