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2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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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설봉록


            하는 사람들이 어느 곳에 가서 예로부터 내려오는 종문의 일이 있다
            는 것을 알 것인가.모두가 이렇게 땅 속에 매몰된 사람들이니 어떤
            구제할 길이 있겠는가?
               스님들이여!4대(四大)로 된 몸이란 모두 깨진 사기쟁반 같은 것

            이다.갑자기 한밤중에 흩어지고 나면 이 한 조각 땅[田地]에는 도대
            체 주인이란 없는데 무슨 큰소리들을 치고 있는가?
               부끄러운 줄이나 아는가?괴롭구나!괴로워!”


               한 스님이 물었다.
               “진리의 경지에는 티끌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니 궁극적

            인 말씀[了義]입니까,방편설[不了義]입니까?”
               “ 똥더미에 쓰레기를 더해서는 안 된다.”
               “ 향상(向上)의 경계는 어떻습니까?”
               “ 더 이상 구업을 지어서는 안 된다.”



               한 스님이 물었다.
               “저는 아직도 기틀[機]을 다 깨닫지 못했습니다.스님께서 기틀을
            완전히 깨닫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스님께서 한참 동안 묵묵히 앉아 있자 그 스님이 문득 절을 올리
            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갑자기 다른 곳에 갔을 때 어떤 사람이 너에게 묻는다면
            어떻게 전하겠느냐?”
               “ 감히 잘못 전하지는 않겠습니다.”
               “ 그래가지고는 문을 나서기도 전에 벌써 우스갯거리가 되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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