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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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록 上 87


            뱀을 보고 지팡이로 들어올려 대중들을 불러 놓고 “이것 좀 보아라!”
            하면서 마침내 뱀을 두 동강으로 잘라 버리니 현사스님이 지팡이로
            그것을 걷어올려 등뒤로 집어던지고는 다시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이에 대중은 깜짝 놀랐으나 스님께서는 “훌륭하구나!”하셨다.



               한 스님이 물었다.
               “옛 큰스님들께서는 모두가 마음에서 마음에 전하시지 않았습니
            까?”
               “ 그것뿐 아니라 언어나 문자도 세우지 않았다.”
               “ 언어나 문자를 세우지 않았다면 스님께서는 어떻게 전하십니

            까?”
               이에 스님께서 한참을 묵묵히 앉아 있자 그 스님이 절을 하니 스
            님께서 말씀하셨다.
               “다시 나에게 한마디에 깨치게 할 말[一轉語]을 물어보는 것이 좋

            지 않겠느냐?”
               “ 제가 스님자리에 나아가 그 질문의 실마리를 스님께 듣고 싶습
            니다.되겠습니까?”
               “ 이렇게 하면 되었지,달리 무슨 문답할 일이 있겠느냐?”
               “ 남아 있습니다.스님께서는 그렇게만 말씀하시면 됩니다.”
               “ 그렇다면 너는 어떻게 하겠느냐?”

               “ 완전히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렸습니다.”


               하루는 스님께서 경청스님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어떤 큰스님은 관리를 끌어들여 큰방을 돌면서 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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