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P. 84
84 설봉록
“옛 스님은 어떤 도리에 근거했기에 40권의 경론을 불태웠습니
까?”
“ 너는 모름지기 그 분에게 절을 올려야 할 것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눈에 띄는 것마다 도를 알지 못하니 걸음을 옮겨 보았자 어찌
길을 알겠느냐[觸目不會道 運足焉知路]’하였는데 무슨 뜻입니까?”
“ 아이고!아이고!”
한 스님이 물었다.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시지 않았을 때는 어땠습니까?”
스님께서는 주장자를 가로놓고 어루만지며 자리에 앉았다.
하루는 스님께서 현사스님과 함께 산 구경을 하다가 “장차 이 한
조각 땅에 장생전(長生殿)을 짓고 싶구나”하니 현사스님이 “이 한
조각 땅을 보니 무봉탑(無縫塔)을 세우면 좋겠습니다”하였다.
이때 스님께서 땅을 측량하는 시늉을 하자 현사스님이 말하였다.
“옳기는 옳으나 저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 너는 어떻게 하겠느냐?”
“ 탑을 세우지요.”
“ 좋다!좋아!”
와관(瓦官)스님이 덕산스님의 회하에서 시자로 있을 때였다.하루
는 덕산스님과 함께 산에 들어가 나무를 하는데 덕산스님이 물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