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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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록 上 85


            사발을 떠다 건네주니 와관스님은 받아서 다 마셔 버렸다.덕산스님
            이 “알겠느냐?”라고 물으니 와관스님이 “모르겠습니다”라고 하였다.
            덕산스님이 다시 물 한 사발을 가져와서 건네주자 와관스님이 이번
            에도 받아서 다 마셔 버리니 덕산스님이 말씀하셨다.

               “알겠느냐?”
               “ 모르겠습니다.”
               “ 그대는 어째서 그 모르는 곳에서 길러내지 못하느냐?”
               “ 모르는데 무엇을 길러낸다는 것입니까?”
               “ 너는 꼭 쇠말뚝 같은 놈이구나!”
               그 후 와관스님이 주지하게 되자 어느 날 스님(설봉)께서 와관스

            님을 찾아가 차를 들며 이야기하다가 물었다.
               “당시 그대가 덕산스님의 회하에 있을 때 산에서 나무하던 일을
            어떻게 생각하시오?”
               “ 스승께서는 그때 나를 인정하셨소.”

               “ 그대는 스승 곁을 너무 빨리 떠났소.”
               그때 그들 앞에는 물 한 사발이 있었는데 스님께서 물을 찾으며
            가져오라고 하였다.와관스님이 물을 건네주자 스님께서는 받아들자
            마자 와관스님의 얼굴에 확 뿌려 버렸다.


               한 스님이 스님 곁을 떠나 영운 지근(靈雲志勤)스님을 찾아뵙고

            묻기를,“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시지 않았을 때는 어땠습니까?”라고
            하니 영운스님은 또 불자를 세워 보였다.
               그 스님이 다시 “세상에 나오신 다음에는 어떻습니까?”라고 하자
            영운스님은 또 불자를 세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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