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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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설봉록


               그 스님이 설봉산으로 돌아오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너무 빨리 돌아왔구나.”
               “ 제가 그곳에 가서 불법을 물어보았으나 인연이 맞지 않아 곧 돌
            아왔습니다.”

               “ 너는 무슨 일을 물어보았느냐?”
               그 스님이 마침내 전에 문답한 내용을 말해 주니 스님께서 “그렇
            다면 네가 나에게 물어보아라.너에게 말해 주겠다”하셨다.
               그 스님이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시지 않았을 때는 어땠습니까?”
            라고 하자 스님께서 불자를 세워 보였다.
               그 스님이 다시 “세상에 나오신 다음에는 어떻습니까?”라고 하니

            스님께서는 불자를 땅에 놓아 버렸다.그 스님이 절을 올리자 스님
            께서는 별안간 후려쳤다.


               하루는 스님께서 법어를 내리셨다.

               “내가 이런 말 저런 말을 하면 너희들은 그 말을 쫓아다니며 찾
            는데,내가 만약 영양(羚羊)이 나뭇가지에 뿔을 걸고 숨어 버리듯 자
            취를 감춘다면 너희들은 어디 가서 더듬거리며 찾겠느냐?”


               하루는 스님께서 감지행자(甘贄行者)의 처소를 찾아갔다.행자가
            스님이 오는 것을 보고 문을 닫아 걸고는 스님을 부르면서 “스님께

            서 들어오십시오!”하자 스님께서는 울타리 너머로 납의를 흔들며
            지나갔다.이에 행자가 문을 열었다.


               스님께서 하루는 대중들과 산밭에서 운력을 할 때였다.한 마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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