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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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설봉록


            ‘여기 있는 대중들은 모두가 불법을 배우는 스님들입니다’하니,그
            관리가 말하기를 ‘금가루가 비록 귀중한 물건이지만 눈 속에 떨어지
            면 눈병이 되는 데야 어찌합니까?’라고 하자 그 노스님이 대답을 하
            지 못한 일이 있었다.”

               그러자 경청스님이 말하였다.
               “요즘 스님들은 벽돌은 집어던지고 옥은 끌어당깁니다.”
               법안(法眼)스님은 이에 대해 달리 말씀[別語]하셨다.
               “그 관리는 어떻게 귀는 귀하게 여기면서 눈은 천하게 여길 수
            있는가?”



               하루는 스님께서 암두스님과 흠산스님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스님께서 갑자기 옆에 있던 물사발을 손으로 가리키자 흠산스님이
            말하기를 “물이 맑으면 달이 나타난다”고 하니 스님께서는 “물이 맑
            아도 달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러자 암두스님은 물그릇을 발로 차 버렸다.


               하루는 스님께서 경청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는 길인가?”
               “ 절 밖에서 오는 길입니다.”
               “ 어느 곳에서 달마스님을 만났는가?”

               “ 또 어디 말씀입니까?”
               “ 너를 믿지 못할 점이 남아 있다.”
               “ 스님께선 그렇게 진흙 속에 달라붙어 있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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