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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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현사록


            그때는 후회해도 어쩌지 못하리니,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스님네들이여,저 국왕의 물과 우유를 마시고 그의 땅을 밟으면
            서 선을 닦아 정에 들 줄을 모르는구나.또한 사람을 가까이하지

            않고 그저 고깃덩어리에만 신경 써서 무엇 하겠느냐.좋은 먹물
            옷과 부드러운 속옷과 명주와 비단을 붙인 상자에 무슨 우유며 대
            나무며 짚신 서너 개라도 있는가.서넛씩 일곱씩 여기저기 무리

            지어 다니는 꼴이 흡사 쫓아다니는 개떼 같으니 어디에 구제할 여
            지가 있겠는가.
               여러분은 지금 내가 구업(口業)을 아끼지 않아 이런 말을 들을

            기회를 얻은 것이다.뒷날 다시는 사람몸을 받을 만한 구석이 없
            어 업보의 경중에 따라 지옥 축생 등 여러 갈래에 윤회하면서 빠
            져나올 기약이 없을 것이다.여러분은 잘 헤아려 등한히 하지 말

            아야 한다.일없으니 올라올 필요 없다.몸조심하라.”


               11.

               위감군(韋監軍)이 스님을 보자 스님께서 물으셨다.
               “무엇이 본체입니까?”
               “ 예나 지금이나 항상합니다.”

               “ 그런 도리는 아닙니다.”
               그리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그래도 그럴 뿐입니다.”


               하루는 위감군이 스님을 청하여 자택으로 가서 공양하게 되었
            다.객사(客司:손님접대를 맡은 임무)에게 일을 맡겨 과자 한 상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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