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4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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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
“ 보잘것없는 부서진 집일 뿐입니다.”
“ 그대가 이처럼 만족할 줄 모르다니…….무엇이 좋은 집이더
냐?”
“ 사람마다의 고향일 뿐입니다.”
“ 나는 알았네.”
“ 뭘요,부끄럽습니다.”
하루는 왕태위가 사람을 시켜 스님과 초경스님을 차를 마시러
오라고 청하였다.
스님께서는 편지를 전하는 사람에게 차는 벌써 마셨다고 전하
게 하였다.태위가 다시 사람을 보내 스님께서 와 주셔서 감사하
다고 말을 전하자 스님께서는 “음음,이런 도리는 아닌데”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이제까지는 차를 준비하였는데 지금은 도리어 준비하지 않습
니다.”
스님께서 초경스님에게 말씀하셨다.
“내일은 차를 마셔야 하다니 초경,그대는 가려는가?”
“ 스님께선 조금 전에 차를 마시지 않으셨군요.”
“ 그대는 차를 마셨더냐?”
초경스님은 문득 시자를 불러 뜨거운 물을 한 사발 가져오라
하여 드렸더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렇게 해야만 하리라.”
“ 끝난 건 끝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