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5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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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사록 中 145
“초경스님이 이렇게 영리하다니.”
“ 별일 아닙니다.”
다음날 초경스님과 함께 관청에 이르러 말씀하셨다.
“태위,어제는 차를 주어 감사합니다.”
“ 어제는 마실 것이 없었을 텐데요.”
“ 산승이 어제 어찌 태위의 차를 마셨겠습니까.”
“ 그러나 스님께서 그렇게 되도록 하신 겁니다.”
“ 불법은 그렇지 않다네.”
그리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끓는 물을 가져다 스님의 입을 씻어 주어야겠다.”
스님께서 태위에게 물으셨다.
“이 군의 호구(戶口)는 얼마나 됩니까?”
“ 대사께서 살펴보시지요.”
“ 그런 도리는 아닙니다.”
그리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변변찮은 고을입니다.”
태위가 물었다.
“무엇이 종문(宗門)가운데서 보지 못하는 도입니까?”
“ 보이는 종문은 도가 아닙니다.”
“ 종문은 또 무엇입니까?”
“ 이렇게 전도될 수 있다니.”
“ 어째서 이렇습니까?”
“ 전도되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