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3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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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사록 下 183


               석두(石頭)스님이 회양스님의 편지를 지녔던 일을*거론하고는
                                                             9)
            말씀하셨다.
               “형편없는 석두가 회양스님에게 구덩이 속으로 한 번 밀리더니

            지금까지 일어나지 못하는군.”


               노조(魯祖)스님이 누구든 찾아오는 것을 보기만 하면 벽을 향해

            앉던 일을 거론하고는 말씀하셨다.
               “내가 당시에 보았더라면 다섯 번 불에다 넣고 볶았을 것이다.”



               위산스님이 향엄(香嚴)스님에게 불자를 세웠던 일을 거론하고
            말씀하셨다.
               “이 향엄스님은 발꿈치가 아직 땅에 붙질 않고 있구나.”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편지를 가지고 가서 설봉스님께 올리라
            하였는데 설봉스님이 편지를 펴 보니 석 장의 백지만 보일 뿐이었



            *청원스님이 석두스님더러 회양스님에게 편지를 전하라 하면서 “돌아오면 그
              대에게 도끼를 하나 주어서 주지를 하게 하리라”하였다.석두스님이 회양스
              님 처소에 가서 편지는 전하지도 않고 불쑥 “성인을 흠모하지도 않고 자기의
              영혼도 소중히 여기지 않을 때는 어떻습니까?”하였다.이에 회양스님이 “그
              대의 질문은 너무 도도하다.좀 낮춰서 묻지 그러는가”하였다.석두스님이
              “차라리 지옥에 빠져 있을지언정 성인의 해탈은 구하지 않겠습니다”하자 회
              양스님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석두스님이 돌아오니 청원스님이 물었다.
              “그대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았는데 편지는 전했는가?”“소식도 전하지 않고
              글도 전하지 않았습니다.”석두스님이 다시 갔다 온 이야기를 자세히 해주며
              청하였다.“지난날 스님께서 도끼를 주어 산에 주지케 한다 하였으니 지금
              주십시오.”이에 청원스님이 발 하나를 내려뜨리니 석두스님이 절을 하고 남
              악에 가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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