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5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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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사록 下 195
11.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여러분은 마치 큰 바닷속에서 머리까지 물속에 잠그고 앉아
손을 펴며 마실 물을 구걸하는 것과도 같다.
반야를 배우는 보살이라면 큰 근기를 갖추고 큰 지혜가 있어야
만 한다.근기가 둔하다면 밤낮으로 부지런히 정근하여 피로를 잊
어야만 한다.
말만을 기억해서는 안 되니 다른 사람이 따져 물으면 갈 곳이
없다.선상에 앉은 늙은이 중에 한 부류는 선지식이라 자칭하면서
물었다 하면 몸을 흔들고 손을 저으면서 혀를 빼물고 눈을 동그랗
게 뜨곤 한다.또 다른 부류들은 ‘또렷하고 신령한[昭昭靈靈]마음
의 지혜로운 성품이 5온의 몸 속에서 주인노릇을 한다’라고 말들
한다.이렇게 해서 선지식이 되었다면 사람들을 크게 속이는 것이
다.
나는 지금 그대에게 묻겠다.그대가 또렷하고 신령한 것을 그대
의 진실이라고 인식한다면 무엇 때문에 눈을 감고 잘 때는 또렷하
고 신령하지 못하는가.잘 때에 이렇지 않다면 어떻게 또렷또렷할
때가 있겠느냐.아는가.이것을 도적을 자식으로 오인한다고 하는
것이다.이것이 생사의 근본이며 망상의 인연이 되는 기운이다.
그대는 또렷하고 신령한 이것을 알고 싶으냐.눈앞의 티끌경계
인 색․성․향 등의 법을 인하여 분별이 있게 되는데 이것을 또렷
하고 신령한 것이라고들 한다.만일 앞에 나타나는 티끌경계가 없
다면 그대의 또렷하고 신령한 이것은 거북 털이나 토끼 뿔과 같다.
여러분들이여,진실이 어느 곳에 있느냐.그대가 5온신의 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