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6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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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벗어나고 싶거든 비밀한 금강의 몸을 알아야 한다.옛사람이
그대들에게 말하기를,‘원만히 성취된 정변지(正遍知)가 항하사 세
계에 두루해 있다’라고 하였다.
그대는 해를 보느냐.세간 사람들이 몸을 돌보고 생명을 살려
나가는 갖가지 마음씀이 햇빛의 힘을 받지 않고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그런데 해 자체가 여러 개이더냐 혹은 두루하지 못한 곳이
있더냐.이 금강의 자체를 알고 싶으냐.그것도 마찬가지다.
지금 산하대지와 시방국토와 색공명암(色空明暗)과 그대의 몸과
마음이 이 원만히 성취된 굉장한 빛을 받지 않고 나타난 것이 없
는데 어째서 그런 줄 모르고 남을 따라 귀신의 세계에서 살 궁리
를 하는가.그렇게 자신을 속이기만 하다가 홀연히 덧없는 죽음의
경계가 찾아온다면 눈이 휘둥그래 마치 산채로 거북이 껍질을 벗
기는 것과 같으리라.알았는가.
편안함 없는 3계가 마치 불난 집 같은데,그대들은 아직 안락함
을 얻지 못한 사람이다.
그대들의 부모가 그대를 출가하도록 놓아주었고,시방의 시주
들이 그대들에게 밥과 옷을 공양했으며,토지신 용신이 그대들을
보호했다.모름지기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고 은혜를 알아야지 긴
선상 위에서 머릿수나 채우고 있어서는 안 된다.죽과 밥으로 그
대를 봉양한다 해도 문드러진 겨울 참외같이 변하여 흙 속에 묻히
는 것과 같은 꼴이 된다.
업식(業識)은 분주하여 의거할 만한 근본이 없다.대지 위의 굼
실거리는 생명들을 나는 영원히 지옥에 안주하는 것들이라 부른
다.지금 이를 깨닫지 못한다면 뒷날 모조리 변하여 나귀와 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