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8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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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현사록
한 스님이 물었다.
“대이삼장(大耳三藏)은 세 번째에 가서는 무엇 때문에 충국사
(忠國師)를 보지 못했습니까?”
“ 그대는 앞서 두 차례는 보았다고 하겠는가?”
스님께서 능도자(稜道者)에게 편지를 보내 “내게 일이 있는데
그대가 헤아려 주기 바란다”고 하였다.능도자가 하산하여 스님
처소에 왔다.
밤이 깊도록 모시고 서 있었으나 모두가 말이 없었다.
운판이 울릴 때가 되어서야 스님께서 “도자야!”하고 부르자,
능도자가 “네”하고 대답하였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운판이 울렸으니 죽을 먹어라.”
한 스님이 물었다.
“저는 무엇 때문에 말을 할 수 없습니까?”
“ 그대의 입을 막았는데 어떻게 말할 줄 알겠느냐.”
설봉스님께서 대중에게 말씀하시기를,“모른다면 가섭의 문으
로 들어가라”하시니 그때 한 스님이 설봉스님께 물었다.
“어떤 것이 가섭의 문입니까?”
“ 실낱만큼도 보지 않아야 한다.”
한 스님이 이 이야기를 거론하니 스님께서 듣고는 말씀하셨다.
“맹씨네 여덟째 아들이 또 이렇게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