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P. 36
36 현사록
“모든 부처님이 세간에 출현하신 이래 자비를 일으켜 운행하심
은 마치 허공꽃[空花]과 같아서 실다움이 없다.여러분은 그것이
세간에 출현한 적도 없고 입멸한 적도 없으며,허깨비의 변화․허
깨비 명칭이라서 실체가 없음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왜냐하면 이
4대(四大)의 성품은 본래 진공(眞空)이기 때문이다.그러므로 본래
멸한 적도 없고,태어난 적도 없었으며,중생을 교화한 적도 없었
다.
중생의 성품이 여여하기 때문에 색신(色身)도 여여하며,중생의
성품이 멸하기 때문에 색신도 멸한다.알겠는가.알았다면 여러분
의 이론을 꺼내 놓을 것이요,몰랐다면 내가 지금 당장 말해 주겠
다.
자성(自性)은 자성을 낳지 않고,자성은 자성을 멸하지 않는다.
어떻게 이해해야 옳겠는가.여러분은 이 성품이 본래 여여하기 때
문이라고 말하지 말라.알았다면 바로 대중 앞에서 알아내 보라.
몰랐다 해도 어느 점이 그들 모든 부처님과 같지 않으랴.곧장 이
렇게 되어야만 한다.상근기라면 한 번 듣고 모두 알 것이며,하근
기도 역시 한 번 듣고 알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무슨 말이겠는가?알았느냐,깨달았느냐.사람마
다 완전하게 갖추었고,사람마다 있는 그대로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모든 부처님이 자비를 일으키고 운행함’입니까?”
“ 고양이와 개이다.”
“ 어째서 도리어 그렇습니까?”
“ 그대는 무엇을 물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