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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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현사록


            어야 한다.여러 스님네들이여,각자가 먹어서 배부르면 나도 자연
            히 배가 부르니 이렇게 말하는 것을 알겠는가.
               그렇게 머리를 끄덕이고 수긍하지만 말라.도리를 설명하는 것

            으로는 아무 관계가 없다.각자 스스로 곰곰이 생각해서 질문을
            할 수 있어야만 말 없는 대꾸에 문득 합한다.
               여러분이 떨쳐 버릴 인연은 나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또한

            여러분의 날카로운 논변으로 되는 일도 아니다.
               여러 스님네들이여,본분의 행각하는 일은 어찌 되었는가.‘이
            것이 무엇이냐’고 하지 말고,‘무엇이라도 얻었느냐’고 하지도 말

            며,따로 ‘그밖에 따로 있다고 해선 안 된다’라고도 하지 말아야
            한다.또한 ‘매우 분명하다’거나 ‘다시 말해 보라’거나 ‘다시 한 번
            쭉 거론해 보라’고 하지 말라.

               또 어떤 사람들은 좋고 나쁜 것도 모르고 이렇게 말한다.‘모조
            리 설명해 버렸다.사람마다 완전하고 사람마다 완성된 모습으로
            나타난다.온 시방세계가 다가온다 해도 내 갈 곳일 뿐,청황적백

            (靑黃赤白)이나 명암색공(明暗色空),지수화풍(地水火風)은 결코 없
            는데 무엇을 말해야 하겠는가’라고.
               그러나 이러한 견해라면 다행히도 전혀 관계없는 미련한 진여
            (眞如)를 이를 뿐이다.길흉을 분별하지 못하는데 무슨 소용이 있

            겠는가.응당 각자가 잘 살펴야 할 것이다.”
               도부상좌(道怤上座)가 고요한 밤에 방에 들어와 이름을 대며 절

            하고는 말하였다.
               “저는 이렇게 특별히 찾아와 스님의 자비를 빕니다.들어갈 길
            을 가르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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